아이의 짜증을 '성격 문제'로 볼 것이냐, '뇌의 과열 신호'로 볼 것이냐에 따라 부모의 대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도 아이를 책상 앞에 앉히는 것부터가 매번 전쟁이었는데, 짜증을 고치려 할수록 오히려 짜증이 커진다는 말을 듣고 잠시 멈추게 됐습니다. 짜증은 폭탄이 아니라 경고등입니다아이가 이유 없이 짜증을 낸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공부하자고 부르면 오지를 않고, 어찌어찌 책상 앞에 앉혀도 책을 펴기도 전에 "하기 싫어"가 먼저 나옵니다. 처음엔 그냥 게으른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면 이건 정서 감밀(感密) 현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서 감밀 현상이란 아이가 학교, 학원, 디지털 자극, 평가 등 과도한 자극을 한꺼번에 받아 정서적 용량이 넘친 상태를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냄..
학부모 면담은 1년에 딱 두 번, 상반기와 하반기에 공식적으로 열립니다. 그런데 이 두 번의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처음 면담을 앞두고서야 알았습니다. 저도 첫해에는 그냥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걸 듣다가 나오는 게 전부였거든요. 사전에 조금만 알고 갔어도 훨씬 알찬 시간이 됐을 텐데, 지금 생각하면 아깝습니다.상반기 면담과 하반기 면담, 목적이 전혀 다릅니다면담이라고 하면 대부분 선생님한테 뭔가를 듣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상반기 면담은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말해야 하는 자리였습니다.상반기 면담의 핵심은 '아이 정보 전달'입니다. 3월 적응 기간이 막 끝난 시점이기 때문에 담임 교사도 아직 아이 한 명 한 명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여기서 기질..
아이가 마트 바닥에 드러누워 울음을 터뜨릴 때, 처음에는 조용히 달래다가 어느 순간 목소리가 높아지고 맙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분명 훈육한다고 시작했는데, 되짚어 보면 그게 아이를 가르친 게 아니라 제 답답함을 쏟아낸 것에 가까웠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 경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공포 훈육이 아이에게 남기는 것아동발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공포 기반 훈육, 즉 위협·고함·강압으로 아이를 제어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복종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아이의 정서 조절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정서 조절 능력이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게 발달하지 않으면 아이..
3개월 동안 매일 책을 읽어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초등학교 1학년 읽기 능력과 읽기 동기 모두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점수를 보였습니다. 저희 아이들도 100일부터 하루 한 권씩 읽어줬는데, 어느 날 글자도 못 읽는 첫째가 둘째에게 책을 "읽어주는" 장면을 봤을 때 그 선택이 맞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유부모들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시선을 추적하면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납니다. 부모는 글자를 따라가고, 아이는 그림을 보고 있습니다. 같은 책을 펼쳐두고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거죠. 아이의 뇌 안에서는 엄마가 읽어주는 소리를 듣고, 동시에 그림을 해석하고, 이 두 정보를 결합하는 복잡한 인지 처리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글자를 빠르게 읽어..
솔직히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첫째가 이렇게 달라질 거라고 전혀 예상 못 했습니다. 그렇게 순하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울고 화내고 동생과 싸우는 아이가 될 줄은요. 형제 싸움은 그냥 내버려 두면 알아서 해결된다는 말, 저도 한동안 믿었습니다. 근데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형제 갈등의 핵심은 '누가 더 잘못했냐'가 아니라 '누구의 정당성이 인정받았냐'에 있더라고요. 정당성 — 형제 싸움의 진짜 원인첫째가 고작 네 살일 때, 저는 그 아이한테 "오빠니까 양보해"라는 말을 꽤 자주 했습니다. 둘째는 아직 어려서 말해봤자 모른다고 생각했고, 결국 모든 훈육의 화살은 첫째에게만 향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아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싶습니다.형제 싸움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5세 미만 아이들의 역할놀이 반복 행동은 발달심리학적으로 정상적인 인지 발달 과정입니다. 저희 아이는 두 살 때부터 소꿉놀이를 시작했고, 어느덧 세 돌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장난감 냄비를 붙들고 있습니다. 처음엔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블록으로 주방을 만들어 또 소꿉놀이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며 슬쩍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놀이를 반복하는 게 정말 괜찮은 걸까요?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한때 "혹시 발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아이가 블록을 받았을 때 드디어 다른 놀이에 관심을 갖는구나 싶었는데, 결국 그 블록으로 주방을 만들고 거기서 또 요리 놀이를 시작하는 걸 보고 헛웃음이 나왔습니다.이런 반복 행동을 발달심리학에서는 상징놀이(Symbolic Play)의 심화 ..
18개월 미만 영아의 약 11~17%가 자기 머리를 때리거나 바닥에 박는 자해 행동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저도 둘째가 두 돌이 되던 무렵 이 숫자의 의미를 몸으로 실감했습니다. 눈앞에서 아이가 제 머리를 손으로 내리치는 모습을 보는 건, 아무리 '흔한 일'이라고 해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정상발달인데 왜 이렇게 무섭게 느껴질까발달심리학에서는 이 시기의 자해 행동을 '정서 조절 미숙(emotional dysregulation)'의 표현으로 봅니다. 정서 조절 미숙이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인식하고 언어나 행동으로 적절히 표현하는 능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를 말합니다. 돌 전후로 자아가 생기기 시작하고, 두 돌 무렵 자아가 가장 강하게 발화하는데, 이때 "나 화났어요"라고 말할 수..
저도 처음엔 화를 내고 나서 꼭 후회했습니다. 잠든 아이 얼굴 보며 "내일부터는 진짜 좋은 엄마 아빠가 되어야지" 다짐했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또 어김없이 목소리가 올라갔습니다. 육아 현장에서 분노는 막는다고 막히지 않습니다. 감정의 속성을 이해하고, 분노가 터지는 환경 자체를 먼저 손보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분노 예측 — 감정보다 상황을 먼저 바꾼다저희 집 아침은 전쟁입니다.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고, 아이는 밥 먹다가 딴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급해져서 결국 큰소리를 내고 맙니다. 그러고 나서 늘 드는 생각은 "아이가 느린 건 당연한데, 왜 나는 또 그랬을까"입니다. 아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시간에 쫓기는 제가 이미 분노존에 들어가 있었던 겁니다. 여기서 분노존이란,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