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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 올해도 아이 둘 독감 예방접종을 마쳤습니다. 해마다 맞히는 주사라 이번에도 별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올해는 달랐습니다. 늘 의젓하게 주사를 맞던 다섯 살 첫째가 진료실에서 울고불고 화를 냈고, 세 살 둘째는 주사를 맞기도 전에 진료실 밖으로 도망쳤거든요. 맞벌이 집에서 아이 둘 독감 예방접종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그리고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접종만 하러 가는 동네 소아과
저희는 집 앞 동네 소아과에서 접종을 합니다. 재미있는 건, 아이가 아플 때는 이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단순 접종을 할 때만 이용합니다. 이유는 하나, 대기가 거의 없기 때문이에요. 아이 둘을 데리고 병원 대기실에서 오래 기다리는 건 접종만큼이나 힘든 일이라, 접종처럼 빨리 끝내야 하는 일에는 대기가 짧은 곳이 최고입니다.
예약은 따로 하지 않아요. 대신 가기 전에 꼭 전화를 먼저 해봅니다. 독감 접종 시즌이 되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맞다 보니 병원에 백신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접종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가면 헛걸음할 일이 없습니다. 막상 가보면 대기는 보통 10분 안팎이에요.
맞벌이 접종 날짜는 남편 근무표로
맞벌이라 접종 날짜를 잡는 것부터가 일이에요. 저희 집은 남편이 3교대 근무를 하는데, 이번에는 남편이 주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날로 정했습니다. 오후 3시에 퇴근한 남편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하원시키고, 그 길로 바로 소아과에 데려갔어요. 두 아이를 같은 날 한 번에 맞혔고요. 덕분에 저는 회사에 연차나 반차를 쓰지 않아도 됐습니다.
주사 맞으러 간다고 미리 말해요
병원에 가기 전에는 아이들에게 미리 이야기해 둡니다. 예전에 아무 말 없이 데려간 적이 있었는데, 병원 앞에서 안 들어가겠다고 떼를 쓰고 들어가서도 소리치며 소란을 피웠거든요. 그 뒤로는 "오늘 병원 가서 주사 맞을 거야. 주사 맞고 나면 간식 하나씩 사줄게" 하고 약속하고 갑니다.
그런데 약속은 약속이고, 주사 맞을 시간이 다가오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아빠 미워, 아빠 집에 오지 마"
첫째는 원래 주사를 맞을 때 크게 울거나 소리 지르는 아이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남편이 움직이지 못하게 꼭 안았더니 울면서 화를 내고, 팔을 빼서 아빠를 때리기까지 했대요. 그러면서 쏟아낸 말이 "아빠 미워! 아빠랑 말 안 해! 아빠랑 안 놀 거야! 아빠 집에 오지 마!"였습니다. 남편 말로는, 아는 욕이 있었다면 욕까지 했을 기세였다고 해요.
지금까지 주사 앞에서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던 아이라 남편도 저도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더 허탈했던 건 그다음 주였어요. 다른 접종이 남아 있어서 이번엔 제가 데리고 갔는데, 첫째가 울지도 화내지도 않고 편안하게 접종을 마친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배신감이 든다고 했습니다. 엄마랑 갈 때는 의젓하고 아빠랑 갈 때는 난리라니요.
오빠를 보고 먼저 도망친 둘째
둘째도 쉽지 않았습니다. 원래 주사를 맞을 때 조금 우는 정도였는데, 앞에서 오빠가 난리를 치는 모습을 보더니 주사를 맞기도 전에 울면서 진료실 밖으로 도망쳤어요. 간호사 선생님이 둘째를 다시 데리고 오셔서 오빠처럼 꼭 안은 채로 접종을 했고, 역시나 둘째도 울고 소리치며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아이 둘을 같은 날 맞힐 때는 먼저 맞는 아이의 반응이 뒤에 맞는 아이에게 그대로 옮겨간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알았어요.
쿠키 하나로 풀린 둘째, 안 풀린 첫째
두 아이 접종을 마치고 나니 남편은 기가 다 빨린 기분이었대요.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쿠키를 하나씩 사줬습니다. 둘째는 쿠키를 먹고 금방 기분이 풀렸어요. 그런데 첫째는 쿠키를 다 먹고도 "아빠랑은 말 안 해" 하며 씩씩대면서 집에 돌아왔다고 합니다. 쿠키로도 달래지지 않을 만큼 단단히 화가 났던 모양이에요.
접종열 한 번 없던 아이의 미열
저희 아이들은 지금까지 접종 후에 열이 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다음 날 바로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서 열을 재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요.
그런데 점심쯤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첫째가 미열이 있는 것 같다고요. 그날 남편은 주간 근무라 데리러 갈 수 없었고, 결국 제가 반차를 쓰고 첫째를 하원시켰어요. 다행히 열은 금방 떨어졌고 컨디션도 괜찮아서 그다음 날 바로 다시 어린이집에 보냈습니다. 한 번도 없었다고 이번에도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는 걸 배운 날이었어요.
독감 맞히러 갔다가 필수 접종까지
이번에 병원에 가서 알게 된 게 하나 있어요. 아이들이 맞아야 할 필수 접종 중에 아직 맞히지 않은 항목이 있었던 거예요. 간 김에 같이 맞히자 싶어서 그날 함께 맞혔는데, 이게 실수였습니다. 한 번 맞히는 것도 기운이 빠지는데, 두 번 맞히려니 두 배로 힘들었어요. 아이들도 주사를 연달아 맞으니 더 크게 울었고요.
그래서 아이가 주사를 많이 무서워한다면, 독감 접종 전에 빠진 필수 접종이나 추가로 맞아야 할 게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그리고 가능하면 날을 나눠서 방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한 번에 끝내는 게 효율적일 것 같지만, 아이와 데려간 부모 모두에게 버거울 수 있거든요.
올해 어린이 독감 무료접종, 찾아보니
이 글을 쓰면서 올해 무료접종 기준도 찾아봤어요. 질병관리청 안내에 따르면 2026~2027절기 어린이 독감 무료접종 대상은 생후 6개월부터 14세까지예요.
| 구분 | 내용 |
|---|---|
| 대상 | 2012년 1월 1일~2026년 8월 31일 출생 어린이 |
| 2회 접종 대상 | 생후 6개월~9세 미만 중 독감 접종을 처음 하거나 지금까지 1회만 맞은 어린이 |
| 시작일 | 9월 21일 (올해는 1회 대상도 일주일 앞당겨 같은 날 시작) |
| 종료일 | 2027년 4월 30일 |
저희 아이들처럼 해마다 맞아온 아이는 1회만 맞으면 돼요. 정확한 대상과 접종 기관은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이나 다니는 소아과에 꼭 확인해 보세요.
참고로 저와 남편은 아이들과 같이 맞지 않습니다. 회사 안에 부속 병원이 있어서 해마다 회사에서 따로 접종하고 있어요.
내년 독감 접종 때 기억할 것
- 가기 전에 병원에 전화하기: 접종 시즌엔 백신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 아이에게 미리 말하기: 말 없이 데려가면 병원 앞에서부터 힘들어요.
- 빠진 필수 접종 미리 확인하기: 주사를 무서워하는 아이라면 날을 나눠서.
- 접종열이 없던 아이도 다음 날은 지켜보기: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올 수 있어요.
해마다 맞히는 주사인데도 아이들은 해마다 다르게 반응하네요. 내년에는 첫째가 아빠랑 가도 의젓하게 맞을 수 있을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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