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키즈노트에 공지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어린이집 할로윈 파티 안내였어요. 복장은 자유지만 다른 친구들이 무서워하거나 혐오감을 느낄 만한 의상은 피해 달라는 내용이었고, 다 같이 포트락 파티를 하니 음식도 한 가지씩 준비해 달라고 했습니다. 공지를 읽는 순간 머릿속에 할 일 목록이 쭉 펼쳐졌어요. 아이 둘 의상 두 벌, 그리고 음식 하나.한 달이나 남았으니 여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맞벌이 집에서 한 달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갑니다. 평일엔 출근과 등하원, 주말엔 밀린 집안일을 하다 보면 행사 날짜가 코앞에 와 있거든요. 게다가 아이가 둘이니 준비물도 두 배였습니다. 각자 원하는 의상이 다르니 한 번에 해결할 수도 없었고요.마음은 근사하게, 현실은 쿠팡처음엔 욕심이 났습니다. 이왕 하는 거 아이들한..
점심 무렵 휴대폰에 어린이집 번호가 뜨면 심장이 먼저 내려앉습니다. 맞벌이 부모라면 아마 다들 아실 거예요. 그날도 그랬습니다. 세 살 둘째가 아침부터 힘이 없고 밥도 거의 안 먹었는데, 열을 재보니 38도가 넘는다고 했어요. 그리고 한마디가 더 붙었습니다. "손에 물집 같은 게 올라온 것 같아요."전화 한 통에 시작된 릴레이남편은 3교대 근무를 합니다. 마침 그날은 오후 3시 출근이었어요. 남편이 바로 어린이집으로 가서 둘째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고, 저는 회사에 반차를 내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병원에서 둘째를 넘겨받자마자 남편은 그대로 출근했어요. 아이를 사이에 두고 이어달리기 바통을 넘기듯이요. 병원 복도에서 서로 "고생했어" 한마디 나눌 틈도 없이 헤어졌지만, 둘 중 한 명이라도 시간이 맞..
저는 설명을 잘하면 아이도 납득할 거라고 믿는 엄마였습니다. 원래 따지고 분석하는 성격이라, 아이가 "왜?" 하고 물으면 이유를 하나하나 짚어주는 게 좋은 대화라고 생각했어요. 대충 "안 돼"로 끝내는 것보다 이유를 알려주는 게 아이를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믿었거든요.그런데 다섯 살 첫째는 저와 정반대였습니다. 이유보다 엄마 표정과 말투를 먼저 읽는 아이였어요. 제가 아무리 차분하게 설명해도, 아이는 내용이 아니라 엄마 목소리의 온도부터 느끼고 있었던 거죠. 그걸 깨닫기까지 꽤 오래 걸렸습니다.애니메이션 그만 보자는 말에 돌아온 "왜?"TV 애니메이션을 그만 보자고 했던 날이었습니다. 첫째가 "왜 보면 안 되는데?" 하고 물었고, 저는 기다렸다는 듯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오래 보면 왜 안 좋은지, 엄마가 ..
솔직히 저는 다섯 살 아이가 거짓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습니다. 거짓말은 좀 더 커서, 머리가 굵어지면 시작되는 거라고 막연히 믿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생각이 깨진 건 CCTV 화면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아이 거짓말에 저도 한몫하고 있었다는 걸 처음으로 인정하게 됐어요."안 때렸어, 동생이 그냥 운 거야"어느 날 세 살 둘째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옆에 있던 첫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아주 차분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어요."안 때렸어. 동생이 그냥 운 거야."표정에 흔들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제가 본 것도 아니고 증거도 없으니 더 따질 수가 없었어요. 그날은 그냥 넘어갔습니다.나중에 CCTV를 확인했는데, 화면 속 첫째는 동생을 뒤로 밀고 있었습니다. 동..
마트에서 과자를 못 샀다는 이유 하나로 바닥에 드러누워 발을 구르는 아이. 남의 집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그 아이가 우리 아이였습니다. 사람들 시선이 한꺼번에 쏠리는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을 저도 했어요. 그리고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그 떼쓰기의 시작을 만든 건 저였다는 걸요.카트에서 시작된 "마트 = 과자" 공식처음부터 마트에서 떼를 쓰던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시작은 카트였어요. 아이가 카트에 앉아 있는 걸 너무 싫어해서, 장 보는 동안 버티게 하려고 과자를 하나씩 쥐여줬습니다. 그러면 조용해지니까 저도 편했고요.그게 몇 번 반복되자 아이에게는 공식이 하나 생겼습니다. 마트에 가면 과자를 받는다. 저는 달래려고 준 건데, 아이 입장에서는 마트에 오는 이유가 과자가 되어버린 거죠..
장난감을 치우라고 했더니 우는 아이. 겨우 달래서 시작했더니 어느새 또 딴짓을 하고 있는 아이. 저도 이 장면을 셀 수 없이 반복했습니다. 협박도 해보고 보상도 약속해 봤지만, 그날 하루만 될 뿐 다음 날이면 거실은 다시 원래대로였어요. 그러다 우연히 찍은 사진 한 장이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들었습니다.협박도, 보상도 딱 하루였습니다처음에는 말로 시켰습니다. "장난감 치우자." 대답은 잘하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았어요. 몇 번 더 말하면 울음이 터졌고, 달래서 겨우 시작하게 하면 블록 하나 넣다가 또 다른 장난감을 꺼내 놀고 있었습니다.그렇게 실랑이를 하다 보면 결국 지치는 건 저였어요. 차라리 내가 치우는 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아이와 ..
맞벌이 부부에게 아침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아이 둘을 어린이집에 보내야 저희도 출근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희 집 아침은 매일 같은 순서로 무너졌습니다. 밥 거부, 씻기 거부, 옷 거부. 하나가 끝나면 다음 게 터지는 식이었어요. 그 아침이 조금씩 달라지기까지 해본 것들을 솔직하게 적어봅니다. 아직 완벽하진 않다는 것부터 먼저 말씀드릴게요.참치 주먹밥이 무너뜨린 아침아침마다 메뉴로 실랑이하는 게 지쳐서, 하루는 전날 저녁에 미리 물어봤습니다. "내일 아침 뭐 먹을래?" 아이가 신나서 "참치 주먹밥!" 하더라고요. 이번엔 다르겠다 싶어서 다음 날 아침 정성껏 만들어 식탁에 올렸습니다.그런데 돌아온 말은 "이거 싫어."였어요. 순간 저도 모르게 "어제 네가 먹고 싶다고 했잖아!"가 튀어나왔습니다. 그 ..
저도 처음엔 타이머가 정답인 줄 알았습니다. 밥 앞에 타이머를 올려두면 아이들이 스스로 시간을 의식하고 부지런히 먹을 거라고 믿었거든요. 잠자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해진 방식대로 단호하게 하면 결국 따라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접 해보니 예상과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습니다.식탁 위에 타이머를 올려둔 날밥을 안 먹는 아이를 두고 인터넷을 찾아보면 비슷한 해결책이 자주 나옵니다. 안 먹으면 미련 없이 식판을 치워라, 배고프면 결국 먹는다. 그 연장선에서 타이머를 쓰는 방법도 많이 보였어요. 시간이 끝나면 밥도 끝나는 거죠. 저도 그걸 따라 해봤습니다.처음 며칠은 효과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타이머를 힐끔힐끔 보면서 숟가락을 움직였거든요.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 싶었어요.그런데 시간이 지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