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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공감

맞벌이인데 아이가 아플 때, 3교대 남편과 반차 내는 엄마의 릴레이

쏠랑마마 2026. 10. 23.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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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무렵 휴대폰에 어린이집 번호가 뜨면 심장이 먼저 내려앉습니다. 맞벌이 부모라면 아마 다들 아실 거예요. 그날도 그랬습니다. 세 살 둘째가 아침부터 힘이 없고 밥도 거의 안 먹었는데, 열을 재보니 38도가 넘는다고 했어요. 그리고 한마디가 더 붙었습니다. "손에 물집 같은 게 올라온 것 같아요."

    전화 한 통에 시작된 릴레이

    남편은 3교대 근무를 합니다. 마침 그날은 오후 3시 출근이었어요. 남편이 바로 어린이집으로 가서 둘째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고, 저는 회사에 반차를 내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병원에서 둘째를 넘겨받자마자 남편은 그대로 출근했어요. 아이를 사이에 두고 이어달리기 바통을 넘기듯이요. 병원 복도에서 서로 "고생했어" 한마디 나눌 틈도 없이 헤어졌지만, 둘 중 한 명이라도 시간이 맞았던 게 그날은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진료 결과는 수족구였습니다. 전염성이 있는 병이라 그날부터 일주일 동안 어린이집에 갈 수 없었어요.

     

    그래서 휴가는 주로 제가 냅니다

    저희 집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대부분 제가 연차나 반차를 내요. 남편이 야간 근무인 날이 아니라면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3교대 근무는 미리 계획되지 않은 휴가를 쓰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남편이 빠지면 그 자리를 다른 누군가가 메워야 하니까요. 반면 저는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근무라 반차를 내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누가 더 아이를 챙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빠지는 게 덜 어려운지의 문제였어요.

    양가 부모님 도움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모두 지방에 계시고, 그나마 가장 가까운 시어머니도 인천에 사시는데 몸이 불편하셔서 부탁드리기가 쉽지 않아요. 결국 아이가 아플 때는 저희 둘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서로의 근무표를 늘 머릿속에 넣어두고 살아요.

    어린이집에 보낼까 말까, 우리 집 기준

    아이가 아프면 매일 아침 고민이 시작됩니다. 오늘은 보내도 될까. 그래서 저희는 기준을 정해뒀어요.

    • 전염성 있는 병일 때: 저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완치됐다는 의사 소견서가 꼭 있어야 다시 등원할 수 있어요. 수족구 때도 소견서를 받고 나서야 보낼 수 있었습니다.
    • 단순 열감기일 때: 열이 37도 이하로 떨어지면 보냅니다.
    • 37도 초반일 때: 아이 컨디션을 보고 정해요. 잘 놀고 잘 먹으면 보내고, 처져 있으면 하루 더 쉬게 합니다.

    기준이 있으니 아침마다 부부가 실랑이하는 일은 줄었어요. 물론 37도 초반의 애매한 날은 여전히 고민이 됩니다. 체온계를 몇 번이나 다시 대보게 되더라고요.

    아이보다 먼저 지치는 병원 대기

    아이가 아플 때 제일 걱정되는 건 사실 병원 가는 일입니다. 아픈 아이일수록 진료를 잘 봐주는 병원에 데려가고 싶은 게 모든 부모 마음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병원은 다들 가고 싶어 하니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예요.

    기본 대기가 1시간이고, 오전에 받는 현장 접수는 금방 마감되기 일쑤입니다. 반차를 내고 겨우 시간을 만들었는데 접수 마감이라는 말을 들으면 맥이 탁 풀려요. 열이 나서 축 늘어진 아이를 안고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그 1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엄마 회사 잘 갔다 와"

    가장 힘들었던 건 몸보다 마음이었어요. 미리 잡혀 있던 회사 미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 하는 날이 있었습니다. 제 사정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일정을 조정해야 할 때면 눈치가 보이고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그보다 더 마음이 무너진 순간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처져 있던 둘째가 현관에서 저를 보며 이렇게 말했을 때요.

    "엄마, 회사 잘 갔다 와."

    아픈 아이한테 그런 인사를 받고 집을 나서는데, 출근길 내내 마음이 미어졌습니다. 아이는 아파도 엄마를 배웅하는데, 저는 아픈 아이 곁에 있어 주지 못한다는 게요.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날은 앞으로도 계속 올 거예요. 완벽한 방법은 없지만, 저희 집 상황에 맞는 기준을 미리 정해두니 그나마 덜 허둥대게 됐습니다. 지금 비슷한 아침을 보내고 계신 분이 있다면, 혼자만 그런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