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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키즈노트에 공지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어린이집 할로윈 파티 안내였어요. 복장은 자유지만 다른 친구들이 무서워하거나 혐오감을 느낄 만한 의상은 피해 달라는 내용이었고, 다 같이 포트락 파티를 하니 음식도 한 가지씩 준비해 달라고 했습니다. 공지를 읽는 순간 머릿속에 할 일 목록이 쭉 펼쳐졌어요. 아이 둘 의상 두 벌, 그리고 음식 하나.
한 달이나 남았으니 여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맞벌이 집에서 한 달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갑니다. 평일엔 출근과 등하원, 주말엔 밀린 집안일을 하다 보면 행사 날짜가 코앞에 와 있거든요. 게다가 아이가 둘이니 준비물도 두 배였습니다. 각자 원하는 의상이 다르니 한 번에 해결할 수도 없었고요.
마음은 근사하게, 현실은 쿠팡
처음엔 욕심이 났습니다. 이왕 하는 거 아이들한테 제대로 된 의상을 입혀주고 싶었거든요. 직접 매장에 가서 만져보고 고르거나, 아이 체형에 맞춰 만든 의상도 알아볼까 싶었어요.
그런데 맞벌이 부모에게 평일 쇼핑은 사치입니다. 퇴근하면 저녁 먹이고 씻기고 재우기 바쁘고, 주말에 짬을 내 매장을 돌아다닐 여유도 없었어요. 맞춤 의상을 구할 만한 곳도 딱히 떠오르지 않았고요. 결국 두 벌 모두 쿠팡으로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한 벌에 2~3만 원대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어요.
포트락 음식은 치킨너겟으로 정했습니다. 아이들이 다 같이 좋아하고, 바쁜 아침에도 준비하기 부담 없는 메뉴라서요.
스파이더맨과 손수 만든 웹슈터
다섯 살 첫째는 고민할 것도 없었습니다. 예전부터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어 했거든요. 의상은 물론이고, 손목에서 거미줄이 나가는 웹슈터까지 사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웹슈터를 찾아보니 대부분 어른 손목에 맞춰 나온 것들이었습니다. 다섯 살 아이 손목에는 헐렁해서 금방 빠질 게 뻔했어요. 그래서 결국 집에서 만들었습니다. 도화지를 말아 손목에 맞게 붙이고, 실을 연결해 거미줄처럼 늘어뜨렸어요. 말 그대로 가내수공업이었죠. 파는 것처럼 근사하진 않아도, 아이 손목에 꼭 맞는다는 것 하나만큼은 어떤 제품보다 나았어요. 퇴근 후 아이들을 재우고 식탁에 앉아 도화지를 오리고 있자니, 할로윈 준비가 생각보다 엄마의 일이 많은 행사라는 게 실감 났습니다.

둘째의 선택, 아빠곰
세 살 둘째의 요구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아빠곰 할래." 요즘 둘째가 푹 빠져 있는 노래가 '곰 세 마리'거든요. 그래서 곰돌이 푸 의상을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택배를 열어보니,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어요. 사진과 달리 너무 싼 티가 났거든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른 걸로 바꾸자고 했는데, 둘째는 이게 좋다며 끝까지 고집을 부렸습니다. 결국 엄마 눈에는 아쉬운 그 곰 옷을 입혀 보내기로 했어요. 생각해 보면 의상의 퀄리티는 엄마 기준이었고, 둘째에게는 아빠곰이 되는 것 자체가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노래 속 아빠곰처럼 뚱뚱하고 귀여운 곰이면 충분했던 거죠. 그 고집 앞에서 더 근사한 옷을 권하던 제가 오히려 머쓱해졌습니다.
하나는 작고 하나는 크고
진짜 문제는 입혀보고 나서 시작됐습니다. 둘째 옷은 작았고, 첫째 옷은 컸어요. 둘째는 옷이 끼어서 불편하다며 벗겠다고 했고, 첫째는 걸을 때마다 옷자락이 바닥에 질질 끌렸습니다. 거실이 한바탕 난리가 났어요. 한 명은 벗겠다고 울고, 한 명은 옷에 걸려 넘어질 뻔하고요. 교환하기엔 행사 날까지 시간이 빠듯해서, 있는 옷으로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습니다.
행사 날 아침, 둘째는 겨우겨우 달래서 입혔고 첫째는 소매와 바지를 둘둘 걷어 올려서 보냈습니다. 완벽과는 거리가 먼 차림이었지만, 두 아이 모두 자기가 원하던 모습으로 어린이집에 들어갔어요. 스파이더맨 한 명과 아빠곰 한 마리, 그리고 치킨너겟 한 통까지 챙겨 보내고 나니 출근 전에 이미 하루치 기운을 다 쓴 기분이었습니다.
해보니 온라인으로 의상을 살 때는 사진보다 사이즈 표를 더 꼼꼼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원하는 게 엄마가 원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도요. 엄마 눈에 근사한 의상보다, 아이가 직접 고르고 좋아하는 의상이 그날의 정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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