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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이씨~ 나 화나"라고 말하던 날,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5살짜리가 아빠한테 이씨라니요.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며칠 뒤엔 "이씨~ 너 가만 안 둔다"까지 나왔습니다. 혼내면 나아질지, 눌러두면 더 터질지. 직접 부딪혀 보니 답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혼낼수록 더 세졌던 "이씨"
처음엔 단호하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라고 잘랐습니다. 그게 훈육이라고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말은 점점 거칠어졌고, 결국 한 시간짜리 벌까지 세웠습니다. 솔직히 그 뒤로 한동안은 아이를 좋은 눈으로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원인도 밖에서 찾았습니다. "어린이집 친구한테 배워 왔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했거든요.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제가 한 건 훈육이라기보다 아이 감정을 틀어막은 쪽에 가까웠다는 걸요. 아이 입장에선 "화가 났는데, 그걸 말하면 혼난다"는 경험만 쌓인 셈입니다.
거친 말이 곧 나쁜 아이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감정이 넘쳐서 터져 나온 신호에 더 가까웠습니다.
막을수록 표현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방식만 더 격해졌습니다. 유아기 아이는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는 힘이 아직 자라는 중이라, 감정 자체를 차단당하면 오히려 행동이 거칠어질 수 있다고 발달심리에서도 흔히 이야기합니다.
예의랑 감정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저희 부부는 예의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공부는 좀 못해도 예의는 갖춰야 한다는 게 집안 기준이었죠. 그래서 말대꾸만 나오면 '버릇없는 아이로 크면 어쩌나' 걱정부터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둘은 결이 달랐습니다. 예의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생각의 영역이고, "싫어요", "화났어요"처럼 지금 느끼는 걸 내뱉는 건 감정의 영역입니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말로 꺼내고, 조금씩 스스로 가라앉히는 힘. 흔히 정서 발달이라고 부르는 이 과정은 아이가 직접 겪어봐야만 쌓입니다.
실제로 호되게 혼냈을 때 아이는 그 자리에선 조용해졌습니다. 하지만 다음번엔 더 크게 터졌어요. 스스로 진정해 본 경험이 한 번도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부모가 밖에서 억지로 꺼준 불로는, 아이가 불 끄는 법을 배울 수 없었던 거죠.

놀이터 앞에서 써본 훈육 4단계
머리로는 알아도 아이가 "싫어! 놀이터 갈 거야!" 하고 버티면 쉽지 않습니다. 저도 "또 시작이네" 소리가 먼저 나오면서 몸부터 굳었습니다. 그런데 몇 번 부딪히다 보니, 말하는 순서만 바꿔도 상황이 꽤 달라지더라고요.
| 단계 | 부모가 하는 말 | 피할 것 |
|---|---|---|
| 1. 기준 선언 | "미세먼지 심해서 오늘은 들어가야 해" | "들어갈까?" 같은 협상 |
| 2. 감정 인정 | "놀고 싶었는데 섭섭하지" | 길게 설득하기 |
| 3. 기다리기 | 곁에서 조용히 지켜보기 | 달래거나 다그치기 |
| 4. 표현 가르치기 | "말로 하는 건 좋아. 소리만 조금 낮춰볼까?" | 감정 자체를 나무라기 |
가장 어려운 건 3단계였습니다. 아이가 울고 소리 지르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방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래도 위험하지 않은 선이라면, 울음이 잦아들 때까지 버티는 그 시간이 바로 아이가 스스로 진정하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좀 가라앉았다 싶을 때 "지금 얘기할까?" 하고 물어봅니다. 그때 아이가 따박따박 말해도 방향만 잡아줍니다. 처음 이렇게 했던 날, 아이가 "내 목소리가 컸어?" 하고 되묻더라고요. 혼낼 때는 한 번도 못 들어본 말이라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거친 말을 쓰면 아예 혼내면 안 되나요?
A. 혼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이 문제입니다. 감정이 한창일 때 혼나면 아이는 "내 감정이 틀렸구나"로 받아들이기 쉬워요. 가라앉은 뒤에 "그 말은 상처가 돼"라고 알려주는 편이 훨씬 잘 통했습니다.
Q. 우는 걸 그냥 두면 방치 아닌가요?
A. 곁에서 기다리는 것과 관심을 끊는 건 다릅니다. 옆에 있어 주기만 해도 아이는 외면당하지 않는다는 걸 느끼더라고요.
Q. 5살이면 알 만한데, 강하게 가르쳐도 되지 않나요?
A.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5살은 옳고 그름은 알아도, 감정이 올라온 순간 그걸 적용하는 힘은 아직 약합니다. 강하게 할수록 행동이 나빠지는 걸 직접 겪었고, 마음이 안정됐을 때 가르친 게 오히려 오래 남았습니다.
Q. 말대꾸를 받아주면 버릇없어지지 않을까요?
A. 받아주는 게 아니라 말하는 방식을 다듬어 주는 겁니다. 의견을 말하는 힘은 지키면서 목소리 크기나 말투만 고쳐주면, 아이도 표현하는 걸 겁내지 않게 됩니다.
아직도 연습 중입니다
아이를 예의 바르게 키우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섰습니다. 그러다 정작 아이가 자기 감정을 직접 다뤄볼 기회를 막고 있었습니다. "이씨" 한마디에 한 시간 벌을 세웠던 그날을 떠올리면, 그건 훈육이라기보다 제 불안을 아이에게 쏟아낸 것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완벽하진 않습니다. 아이가 울며 버틸 때면 여전히 힘들어요. 그래도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주는 게 아이에게 가장 단단한 훈육일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씩 믿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