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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 반, 저희 집 아이 방에 불이 꺼지는 시간입니다. 하루 종일 회사와 어린이집을 오가며 정신없이 보냈어도, 이 시간만큼은 거의 매일 같은 순서로 흘러가요. 다섯 살 첫째와 세 살 둘째를 재우는 우리 집 잠자리 루틴, 그리고 그 루틴이 매번 순조롭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적어봅니다.
하원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저녁
저희 집 저녁은 남편 근무에 따라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남편이 3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일찍 마치거나 야간 출근인 날에는 아이들을 오후 4시 반에 하원시키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6시 반에 데리러 가요.
4시 반에 하원하는 날은 여유가 있습니다. 밖에서 조금 놀다 들어와서 씻고, 저녁을 먹고, 양치한 뒤 잠깐 더 놀아요. 그리고 8시쯤 장난감을 정리하고 8시 반에는 잠자리에 듭니다. 6시 반에 하원하는 날은 밖에서 놀 시간 없이 바로 씻고 먹고 재우는 일정이라, 같은 8시 반이라도 훨씬 빠듯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저는 하원 시간이 달라도 잠자리 시간만큼은 8시 반으로 맞추려고 해요. 저녁이 짧은 날에는 노는 시간을 줄이더라도, 눕는 시간이 매일 같아야 아이들도 "이제 잘 시간이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거든요.
책, 그리고 격한 뽀뽀
잠자리에 들면 먼저 책을 읽어줍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각자 침대에 누우면 마지막 순서가 남아 있어요. 간지럼을 태우면서 온 얼굴에 격한 뽀뽀를 퍼붓는 겁니다. 깔깔 웃는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우고 나서야 "잘 자" 인사를 하고 방을 나와요.
보통 8시 반에 들어가서 9시쯤 나오고, 아이들은 조금 뒤척이다가 30분 안에 잠이 듭니다. 각자 애착 인형을 꼭 끌어안고서요.

책은 아빠, 잠은 엄마
재우는 건 주로 제 몫입니다. 가끔 남편이 재워주기도 하는데, 아이들은 아빠가 책을 이상하게 읽는다며 싫다고 해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사실 아빠가 읽어주는 책을 은근히 좋아한다는 거예요. 아빠가 읽어주는 책은 재밌지만, 잠은 엄마랑 자고 싶은 거죠. 그래서 저희 집 공식은 "책은 아빠도 괜찮지만, 잠은 엄마"입니다.
아이 둘은 한 방에서 같이 자요.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저는 나중에 아이 방에 들어가서 같이 자고, 남편은 근무 패턴 때문에 안방에서 따로 잡니다.
"물 마실래요"의 진짜 의미
인사를 하고 나오면 끝인 날은 많지 않습니다. 조금 있으면 방문이 빼꼼 열려요. "물 마실래요." 자기 전에 이미 물을 마셨는데도요. 정작 물을 주면 딱 한 모금 마시고 다 남긴 채 들어갑니다. 그냥 한 번 더 나오고 싶은 거죠.
한번은 갑자기 방에서 나오더니 이렇게 말하고 다시 들어간 적도 있어요.
"근데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요. 내일 또 재미있게 놀아요~"
괜히 나오고 싶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는 걸 알면서도, 이런 말을 들으면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습니다.
밤에 깨서 울 때, 그리고 두고 온 인형
둘째는 가끔 자다가 울면서 깹니다. 신기하게 첫째는 둘째가 아무리 울어도 한번 잠들면 깨지 않아요. 둘째가 울면 처음 5분 정도는 그냥 지켜봅니다. 그러다 앉아서 울기 시작하면 그때 들어가 다시 눕히고 등을 토닥토닥해 줘요. 그러면 금방 다시 잠이 듭니다. 바로 달려가 안아 올리기보다, 스스로 다시 잠들 틈을 잠깐 주는 거예요.
가장 힘들었던 밤은 여행지에서였어요. 깜빡하고 애착 인형을 집에 두고 온 거예요. 아이는 인형을 가져다 달라며 떼를 썼고, 고민 끝에 제 옷을 돌돌 말아서 꼭 안고 자라고 건넸습니다. 그나마 조금 진정이 됐는데, 자다가 잠깐 깼을 때 다시 인형을 찾으며 떼를 썼어요. 결국 그날은 아이가 잠들 때까지 제가 옆에서 토닥여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여행 짐을 쌀 때 애착 인형만큼은 꼭 챙기자고 다짐했어요. 아이에게는 그 인형이 잠의 일부였던 거죠.
육퇴,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드디어 육퇴입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오로지 저를 위한 시간이에요. 물론 매번 그 시간을 누리는 건 아닙니다. 책을 읽어주다가 아이들보다 제가 먼저 잠들 때도 있고, 중간에 깬 아이를 토닥이다 같이 잠들어 버린 날도 셀 수 없이 많아요. 그래도 내일 또 재미있게 놀자는 아이의 한마디를 떠올리면, 그렇게 끝나는 하루도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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