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올해도 아이 둘 독감 예방접종을 마쳤습니다. 해마다 맞히는 주사라 이번에도 별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올해는 달랐습니다. 늘 의젓하게 주사를 맞던 다섯 살 첫째가 진료실에서 울고불고 화를 냈고, 세 살 둘째는 주사를 맞기도 전에 진료실 밖으로 도망쳤거든요. 맞벌이 집에서 아이 둘 독감 예방접종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그리고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해 봤습니다.접종만 하러 가는 동네 소아과저희는 집 앞 동네 소아과에서 접종을 합니다. 재미있는 건, 아이가 아플 때는 이 병원에 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단순 접종을 할 때만 이용합니다. 이유는 하나, 대기가 거의 없기 때문이에요. 아이 둘을 데리고 병원 대기실에서 오래 기다리는 건 접종만큼이나 힘든 일이라, 접종처럼 빨리 끝내야 ..
저희 집 달력은 조금 특별합니다. 날짜보다 먼저 보는 게 남편의 교대조예요. 남편은 3교대 근무를 하고, 저는 아침 8시 반에 출근해서 저녁 5시 반에 퇴근하는 직장인입니다. 그리고 다섯 살 첫째와 세 살 둘째가 있죠. 서로 다른 시간표를 가진 네 식구가 일주일을 어떻게 굴러가는지, 저희 집 방식을 정리해 봤습니다.세 가지 근무, 세 가지 하루남편의 근무는 세 가지예요. 주간은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 오후 근무는 오후 3시부터 밤 11시, 야간은 밤 11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입니다. 이 근무가 바뀔 때마다 저희 집 등하원 담당도 함께 바뀌어요.남편 근무등원하원주간 (07~15시)엄마아빠오후 (15~23시)아빠엄마야간 (23~07시)엄마아빠원칙은 간단해요.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대를 남편이 맡는..
점심 무렵 휴대폰에 어린이집 번호가 뜨면 심장이 먼저 내려앉습니다. 맞벌이 부모라면 아마 다들 아실 거예요. 그날도 그랬습니다. 세 살 둘째가 아침부터 힘이 없고 밥도 거의 안 먹었는데, 열을 재보니 38도가 넘는다고 했어요. 그리고 한마디가 더 붙었습니다. "손에 물집 같은 게 올라온 것 같아요."전화 한 통에 시작된 릴레이남편은 3교대 근무를 합니다. 마침 그날은 오후 3시 출근이었어요. 남편이 바로 어린이집으로 가서 둘째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고, 저는 회사에 반차를 내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병원에서 둘째를 넘겨받자마자 남편은 그대로 출근했어요. 아이를 사이에 두고 이어달리기 바통을 넘기듯이요. 병원 복도에서 서로 "고생했어" 한마디 나눌 틈도 없이 헤어졌지만, 둘 중 한 명이라도 시간이 맞..
"다섯 살 되면 유치원 가야지." 저도 이 말을 당연한 공식처럼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주변에서도 다들 그렇게 말했고, 어린이집은 아기 때 다니는 곳이라는 막연한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첫째가 다섯 살이 되고 유치원을 알아보기 시작하니, 저희 집 상황에서는 그 공식이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우리 집의 기준은 선호가 아니라 시간이었습니다저희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아침 일찍 아이를 맡기고 저녁 늦게 데리러 가야 해요. 그래서 기관을 고르는 일이 "어디가 더 좋을까"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가 우리 시간에 맞을까"의 문제였습니다.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은 오전 7시 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합니다. 반면 눈여겨봤던 유치원은 하원 시간이 오후 2시였어요. 회사에 있는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갈 방법이 없었습니..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하루 2시간도 안 된다는 현실, 저도 거기서 출발했습니다. 아침 7시에 보내고 저녁 8시에 찾아오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이게 맞는 건가" 하는 물음이 매일 따라붙었습니다. 죄책감은 쌓이는데, 그 죄책감으로 육아를 더 망치고 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맞벌이 현실 — 7시에 보내고 8시에 찾는 하루저희 부부는 둘 다 직장이 집에서 1시간 거리입니다. 왕복 두 시간이 그냥 사라지는 셈이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시간은 아침 7시, 찾아오는 건 저녁 8시. 하원할 때는 이미 밖이 어둑어둑해져서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습니다.제가 육아휴직 중이었을 때는 달랐습니다. 정시에 하원하면 아이가 동네 친구들과 뛰어놀고, 얼굴도 한층 활발했습니다. 그 차이가 너무 선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