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첫째가 이렇게 달라질 거라고 전혀 예상 못 했습니다. 그렇게 순하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울고 화내고 동생과 싸우는 아이가 될 줄은요. 형제 싸움은 그냥 내버려 두면 알아서 해결된다는 말, 저도 한동안 믿었습니다. 근데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형제 갈등의 핵심은 '누가 더 잘못했냐'가 아니라 '누구의 정당성이 인정받았냐'에 있더라고요. 정당성 — 형제 싸움의 진짜 원인첫째가 고작 네 살일 때, 저는 그 아이한테 "오빠니까 양보해"라는 말을 꽤 자주 했습니다. 둘째는 아직 어려서 말해봤자 모른다고 생각했고, 결국 모든 훈육의 화살은 첫째에게만 향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아이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싶습니다.형제 싸움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저도 처음엔 화를 내고 나서 꼭 후회했습니다. 잠든 아이 얼굴 보며 "내일부터는 진짜 좋은 엄마 아빠가 되어야지" 다짐했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또 어김없이 목소리가 올라갔습니다. 육아 현장에서 분노는 막는다고 막히지 않습니다. 감정의 속성을 이해하고, 분노가 터지는 환경 자체를 먼저 손보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분노 예측 — 감정보다 상황을 먼저 바꾼다저희 집 아침은 전쟁입니다.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고, 아이는 밥 먹다가 딴짓을 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급해져서 결국 큰소리를 내고 맙니다. 그러고 나서 늘 드는 생각은 "아이가 느린 건 당연한데, 왜 나는 또 그랬을까"입니다. 아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시간에 쫓기는 제가 이미 분노존에 들어가 있었던 겁니다. 여기서 분노존이란, 누..
훈육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아이의 '태도'를 혼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 왜 혼내기 시작했는지는 이미 사라지고, 아이가 딴 곳을 보고 있다는 이유로 목소리가 높아졌던 기억이 납니다. 훈육의 마무리를 '네, 알겠습니다' 한 마디로 받아내야 끝나는 건지, 아니면 그 말 없이도 마무리할 수 있는 건지, 저도 오랫동안 헷갈렸습니다. 기싸움이 시작되는 순간훈육 상황에서 부모와 아이가 벌이는 심리적 충돌을 행동주의 심리학에서는 '통제 경쟁(control contest)'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누가 이 상황의 주도권을 쥐느냐를 두고 양쪽이 힘을 겨루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 원래의 훈육 목적은 이미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점입니다.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아이가 고개를..
엘리베이터 앞에서 제가 목격한 장면 하나가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초등 저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가 통원차량 어르신께 "할아방탱이"라고 놀리는데, 바로 옆에 있던 인솔 교사는 멀뚱히 서 있었습니다.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보다 어른의 무반응이 더 충격이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를 대할 때 반드시 필요한 장악력, 그리고 적절한 거리조절이 무너졌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저도 그날 제 아이를 통해 직접 경험했습니다. 문제행동은 처음부터 크지 않다 — 전조 증상과 진화의 법칙집에 돌아오는 길에 저희 아이가 그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겁니다. 저는 바로 단호하게 혼을 냈고, 첫째는 "나쁜 말인 줄 알았는데 재미있어 보여서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의 문제행동은 악의에서 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아이가 장난치듯 대들어도 그냥 귀엽게 받아줬는데, 어느 순간 아이가 저한테 명령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부모 말을 안 듣는 건 단순한 반항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권위 형성과 애착, 두 가지가 뒤엉켜 있었습니다.말을 안 듣는 것과 버릇없는 것은 다릅니다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이가 "쓰레기 버려"라는 말을 한 번에 안 듣는 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도 자기 생각이 있고, 하던 걸 멈추기 싫은 감정이 있으니까요. 그건 저항이고, 어느 정도는 자연스러운 겁니다.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제가 말을 걸면 눈도 안 마주치고, 어느 순간엔 "아빠 저리 가"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말을 안 듣는 게 아니라 저를 아예 안..
아이가 할 수 있는 걸 안 한다는 걸 알면서도, 화를 내는 게 맞는 건지 그냥 해줘야 하는 건지 매번 헷갈립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첫째가 5살이 됐는데도 양말 하나 혼자 못 신겠다고 뒤집어지듯 우는 걸 보면서, 이게 진짜 못 하는 건지 하기 싫은 건지 그 경계가 너무 헷갈리더라고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짜증을 내는 아이, 문제일까요?아이가 뭔가 잘 안 될 때 짜증을 내거나 포기해버리는 모습, 솔직히 처음엔 저도 그냥 떼쓰는 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가 보이더라고요.아이들 중에는 머릿속에 이미 완성된 그림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상이 높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문제는 그 이상과 지금 자신이 실제로 해낼 수 있는 수준 사이의 갭(gap), 즉 인지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