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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원래 순한 아이였습니다. 크게 떼쓰는 일도 없고, 뭐든 웃으면서 넘기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동생이 태어나고 나서 아이가 달라졌습니다. 잘 울고, 쉽게 화내고, 동생과 부딪히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겼어요. 솔직히 저는 이런 변화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알았어요. 그 싸움의 상당 부분은 제가 만들고 있었다는 걸요.
"오빠니까 양보해"가 입버릇이었습니다
첫째가 네 살쯤일 때, 제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아마 "오빠니까 양보해"였을 겁니다. 동생은 아직 너무 어려서 말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훈육은 늘 첫째 몫이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큰아이가 조금 더 참아주면 집이 조용해지니까요. 그런데 첫째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이건 매번 자기만 손해 보는 규칙이었습니다. 잘못한 게 없어도 오빠라는 이유만으로 참아야 했으니까요.
어른인 저도 이유 없이 손해 보는 상황이 반복되면 억울하고 화가 날 겁니다. 그런데 저는 네 살 아이에게 그걸 매일 아무렇지 않게 요구하고 있었어요. 첫째가 예민해진 게 동생 때문만은 아니었던 거죠. 동생이 생기면서 엄마가 자기 편이 아니라고 느끼기 시작한 게 더 컸을지도 모릅니다.
매번 똑같이 반복되던 싸움
저희 집 싸움에는 거의 정해진 순서가 있었습니다.
- 첫째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으면
- 동생이 다가와서 만지거나 망가뜨리고
- 화가 난 첫째가 동생을 밀고
- 동생이 울면서 저한테 달려옵니다
그러면 저는 거의 반사적으로 첫째에게 "왜 때려!"부터 했어요. 우는 쪽이 피해자처럼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보면, 먼저 피해를 본 건 첫째였습니다. 자기 장난감을 망가뜨린 동생은 아무 말도 안 듣고, 화를 낸 자기만 혼나는 거죠. 그 억울함이 쌓여서 동생을 향한 화로 터지고 있었던 겁니다.

순서를 바꿨더니 첫째가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대처하는 순서를 바꿨습니다. 동생이 울면서 와도 바로 첫째를 혼내지 않기로요.
먼저 동생에게 말합니다. "오빠 물건은 허락받고 만지는 거야." 그다음에 첫째 마음을 짚어줍니다.
"동생이 망가뜨려서 진짜 짜증 났겠다. 엄마라도 화났을 것 같아."
밀친 건 잘못이라고 따로 이야기하지만, 그 전에 억울했던 마음부터 알아주는 거예요. 동생이 어려도 해선 안 되는 건 동생에게도 똑같이 말해주고요.
처음엔 어색했습니다. 우는 동생을 두고 첫째 편을 드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건 누구 편을 드는 게 아니라, 양쪽 이야기를 다 듣고 공평하게 정리해주는 거였습니다. 아이들끼리 알아서 해결하라고 내버려 두면 결국 힘센 쪽이 이기는 구조가 되고, 무조건 큰아이만 혼내면 큰아이가 억울해지니까요. 엄마가 공정한 심판이 되어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바꾸고 나서 첫째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동생이 장난감을 건드려도 예전처럼 바로 손이 나가지 않고, 한 번은 참아주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억울한 마음을 엄마가 알아준다는 믿음이 생기니, 오히려 양보할 여유가 생긴 것 같았습니다. "양보해"라고 백 번 말할 때보다, "억울했지" 한 번이 더 효과가 있었던 거죠.
큰아이에게도 큰아이라서 좋은 게 있어야
요즘 하나 더 신경 쓰는 게 있습니다. 첫째에게 오빠라는 자리가 참아야 하는 짐이 아니라, 조금은 자랑스러운 자리였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오빠라서 양보하라는 말 대신, 오빠라서 할 수 있는 걸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동생보다 조금 늦게 자도 되는 것처럼 작은 특권이라도요. 그리고 동생과 비교하는 말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동생은 벌써 이것도 하는데" 같은 말 한마디가 첫째에게는 동생을 미워할 이유가 될 수 있으니까요.
형제 싸움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도 싸움이 났을 때 누가 울었는지보다 누가 억울했는지를 먼저 보려고 해요. 엄마가 공정하다고 믿는 아이는 덜 싸운다는 걸, 첫째를 통해 배웠습니다. 둘째가 조금 더 크면 또 다른 숙제가 생기겠지만, 그때도 이 순서만은 지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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