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붐이 일면서 주변에 주식 안 하는 사람이 없어졌습니다. 다들 수익 났다는 얘기를 하는데 나는 그냥 구경만 하고 있자니 괜히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포모(FOMO)라는 게 이게 이런 건가 싶었습니다. 돈이 없으니 주식을 못 하고,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기는 찝찝하고.
그때 문득 생각난 게 퇴직연금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회사에서 DB형을 DC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공지가 있었거든요. 근데 솔직히 그때는 DB형이니 DC형이니 이름만 들어봤지 뭐가 다른지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제대로 알아봤습니다.
DB형과 DC형, 말은 많이 들었는데 뭐가 다른 거예요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DB형은 회사가 운용하고, DC형은 내가 직접 운용합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DB형(확정급여형)은 퇴직할 때 받는 금액이 사전에 정해져 있습니다.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임금 곱하기 근속연수. 이 공식대로 나옵니다. 회사가 알아서 굴려주고, 투자 손실이 나도 회사가 책임집니다. 주가가 폭락해도 내 퇴직금은 안 줄어요. 반면 수익이 아무리 잘 나도 내 몫은 정해진 대로만 받습니다.
DC형(확정기여형)은 반대입니다. 회사가 매년 연봉의 1/12을 내 퇴직연금 계좌로 넣어줍니다. 그 돈은 내 돈이고, 내가 직접 굴립니다. 잘 굴리면 더 받고, 못 굴리면 덜 받습니다. 수익도 내 것, 손실도 내 것입니다.
| 구분 | DB형 (확정급여형) | DC형 (확정기여형) |
|---|---|---|
| 운용 주체 | 회사 | 근로자 본인 |
| 퇴직금 산정 | 퇴직 전 연봉 기준으로 확정 | 투자 수익률에 따라 달라짐 |
| 손실 책임 | 회사가 부담 | 본인이 부담 |
| 유리한 경우 | 임금 상승률 높고 장기근속 | 임금 상승률 낮거나 이직 고려 중 |
은행 직원이 DC형을 추천한 이유, 내 상황이 이랬습니다
은행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담당자분이 제 상황을 듣더니 DC형으로 전환하는 게 유리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저는 올라갈 수 있는 직급을 이미 다 올라간 상태였거든요. DB형은 퇴직 직전 연봉을 기준으로 퇴직금이 나오기 때문에, 앞으로 임금 상승이 크지 않다면 DB형의 메리트가 별로 없다는 거였습니다.
반대로 앞으로 승진을 앞두고 있거나 연봉이 쭉쭉 오를 예정인 분이라면 DB형이 훨씬 유리합니다. 퇴직할 때 높아진 연봉 기준으로 퇴직금이 산정되니까요. 결국 어느 쪽이 좋냐는 지금 내 상황에 달려 있습니다.
DC로 바꾸기 전에, 3달 동안 특근을 엄청 했습니다
DC형으로 전환하기로 마음먹고 나서 바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면 그 시점의 퇴직연금 잔액이 기준이 되거든요. 그래서 전환 전 3달 동안 연장근무, 특근을 할 수 있는 건 다 했습니다. 평소엔 안 하던 것들도 자청했죠.
덕분에 전환 직전 퇴직연금 기준액이 1,000만 원 가까이 올랐습니다.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냥 바꿨을 때랑 비교하면 분명히 차이가 납니다. 어차피 DC형으로 바꿀 거라면 베이스를 최대한 높여두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이었고, 실제로 그게 맞았습니다.

DC형이라고 마음대로 투자하면 안 됩니다, 이거 몰랐습니다
DC형으로 전환하고 나서 삼성전자랑 하이닉스를 다 사버릴 생각이었습니다. 근데 이게 안 됩니다. DC형도 투자 제한이 있거든요. 전체 자산의 30% 이상은 반드시 안전자산에 넣어야 합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 국채 같은 것들이 해당됩니다. 나머지 70%로만 주식형 펀드나 ETF 등을 운용할 수 있어요.
처음에 이걸 모르고 전부 주식에 때려 박을 생각을 했다면 큰일 날 뻔했죠. 퇴직연금은 노후 자금인 만큼 이런 안전장치가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DC형이라고 해서 내 마음대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꼭 알아두셔야 합니다.
결국 전환하길 잘했다 싶은 이유
DC형으로 바꾸고 나서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내 퇴직연금 잔액에 관심이 생겼다는 겁니다. DB형일 때는 어차피 회사가 굴려주는 거니까 들여다볼 일도 없었는데, DC형이 되고 나서는 수시로 앱을 열어보게 됩니다. 잘 되면 뿌듯하고, 안 되면 불안하지만 그게 또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만들더라고요.
물론 DC형이 무조건 좋다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연봉이 많이 오를 분, 투자에 전혀 관심 없는 분이라면 DB형이 훨씬 편하고 안전합니다. 중요한 건 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선택하는 거고, 잘 모르겠다면 은행이나 증권사 퇴직연금 담당자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가장 빠릅니다.
전환 전에 이것만 먼저 확인하세요
② 전환 전 3개월 평균 임금을 최대한 높여두면 유리 (특근·연장근무 활용)
③ DC형 전환 후에도 30%는 안전자산 의무 배분
④ 투자 상품 선택은 ETF·펀드 등 분산 투자 원칙 지키기
⑤ 전환은 원칙적으로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신중하게 결정
⑥ 은행·증권사 퇴직연금 담당자 상담 후 결정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