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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때는 정말 뭐든 잘 먹던 아이였습니다. 주는 대로 받아먹어서 "우리 애는 편식 걱정은 없겠다" 하고 내심 안심했어요. 그런데 다섯 살이 된 지금, 첫째는 밥상에서 고기만 골라 먹습니다. 다른 반찬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세 살 둘째는 또 다릅니다. 밥만 먹고, 반찬은 포크로 콕콕 찌르며 가지고 놀다가 식사가 끝나요.
고기만 먹는 첫째, 밥만 먹는 둘째
처음에는 버릇이 잘못 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먹기 싫은 걸 안 먹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거라고요. 그래서 한 번은 식사 중에 크게 화를 냈어요. 그랬더니 첫째가 반찬은 그대로 두고 밥만 허겁지겁 삼키더라고요. 겉으로는 먹은 거지만, 그건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었습니다. 엄마 눈치를 보며 빨리 끝내려는 거였죠. 그날 이후로 화를 내서 먹이는 건 답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먹긴 먹어도, 밥 먹는 시간이 아이에게 무서운 시간이 될 뿐이었으니까요.
둘째는 둘째대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반찬을 아무리 예쁘게 담아줘도 결국 밥만 먹으니, 반찬은 그냥 장난감이었어요. 오죽하면 "둘째 반찬은 그냥 한 접시만 만들까" 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남편에게 말한 적도 있습니다.

같은 고기인데 다진 고기는 잘 먹었습니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고기를 좋아하는 첫째가 통으로 구운 고기보다 다진 고기 요리를 훨씬 잘 먹는 겁니다. 그때 처음으로 맛이 아니라 식감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질긴 고기를 씹는 게 힘들었던 거죠. 고기를 좋아해서 고기만 먹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먹기 편한 것만 골라 먹고 있었던 거예요.
그 뒤로 고기 모양을 바꿔봤습니다.
- 다진 소고기 주먹밥: 한 번에 넉넉히 만들어 얼려두고 바쁜 날 꺼내 씁니다.
- 돈가스처럼 얇게 편 고기: 정육점에 부탁해서 등심이나 안심을 납작하게 눌러 달라고 했어요. 결이 부드러워져서 훨씬 잘 먹었습니다. 같은 고기인데 모양 하나로 이렇게 달라질 줄은 몰랐어요.
- 에어프라이어 구이: 기름을 살짝만 둘러 구우면 튀긴 것 같은 식감이 나서 좋아하더라고요.
채소는 숨기기도 하고, 꺼내 보이기도 하고
채소는 더 어려웠습니다. 특히 브로콜리, 당근, 단호박처럼 색이 진한 채소는 귀신같이 골라냈어요. 그래서 처음엔 잘게 다져 푹 익힌 다음 짜장이나 카레 소스에 섞었습니다. 소스 안에 들어가니 골라낼 수가 없어서 일단은 먹더라고요. 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진 걸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매 끼니 이렇게 모양을 바꾸는 건 솔직히 오래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맞벌이라 저녁 준비 시간도 빠듯한데, 다지고 갈고 숨기는 일이 매일 쌓이니 지쳐갔어요. 그리고 숨겨서 먹이는 건 결국 아이가 채소랑 친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다 어린이집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 텃밭에서 직접 키운 상추를 따서는, 집에서는 쳐다도 안 보던 상추를 먹어보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자기가 키운 거라 궁금했던 거겠죠. 그 이야기를 듣고 방향을 조금 바꿨습니다. 장 볼 때 채소를 직접 고르게 하고, 씻는 걸 같이 하게 했어요. 아직 극적인 변화는 없지만, 적어도 채소를 보자마자 밀어내는 일은 줄었습니다. 다음에는 콩나물처럼 색이 연하고 아삭한 채소부터 식탁에 올려보려고 해요. 진한 색 채소는 당분간 소스 속에 두고, 낯설지 않은 것부터 하나씩 친해지게 하는 게 지금 저희 집의 목표입니다.
편식을 버릇으로 보지 않게 됐습니다
두 아이를 겪어보니, 아이가 안 먹는 데는 대부분 이유가 있었습니다. 질겨서, 색이 낯설어서, 처음 보는 거라서요. 저는 그 이유를 찾기 전에 화부터 냈던 거고요. 같은 엄마가 같은 밥을 차려줘도 첫째와 둘째가 안 먹는 이유가 다르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지금도 첫째는 여전히 고기를 제일 좋아하고, 둘째는 여전히 밥부터 먹습니다. 그래도 억지로 먹이려고 식탁에서 싸우는 일은 많이 줄었어요. 안 먹는 아이 때문에 매 끼니가 전쟁이신 분들이라면, 혼내기 전에 "왜 안 먹을까"를 먼저 들여다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혹시 성장이나 체중이 걱정될 정도라면 소아과 선생님과 꼭 상의해 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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