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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공감

아빠가 육아휴직을 했는데도 "아빠 싫어", 금요일 10분이 바꾼 것

쏠랑마마 2026. 9. 9. 09:09

목차


     

    제가 복직하면서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아이 곁에 아빠가 하루 종일 있으니, 이제 아빠랑도 금방 가까워지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아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여전했습니다. "아빠 싫어, 엄마가 해줘."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면 아이가 저한테만 달려왔고, 그 뒤에 서 있는 남편 얼굴을 보는 게 마음이 아팠어요.

    함께 있는 시간은 늘었는데

    남편은 육아휴직을 6개월 넘게 썼습니다. 낮에는 아이와 단둘이 지냈으니, 시간만 따지면 저보다 훨씬 많이 함께한 셈이에요. 그래서 더 이해가 안 됐습니다. 왜 아이는 여전히 엄마만 찾을까.

    남편도 많이 서운해했습니다. "아빠 싫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상처받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무력해했어요.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믿었는데, 몇 달이 지나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으니까요.

    사실 저도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이가 엄마만 찾으니 퇴근하고 쉴 틈이 없었거든요. 씻기는 것도, 재우는 것도, 속상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다 제 몫이 됐어요. 주변에서는 엄마가 한발 물러나 있으면 자연스럽게 아빠를 찾게 된다고들 했지만, 그 사이 우는 아이를 보며 기다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다 보인 장면들

    주말에 셋이 함께 있으면서 조금씩 보이는 게 있었습니다.

    아이가 "아빠 봐봐!" 하고 부르면, 남편은 휴대폰을 보면서 "어, 잘했네" 하고 대답했어요. 고개는 들지 않은 채로요. 아이가 넘어져서 울 때도 반응이 한 박자 늦었고요.

    한번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가 안 놀아줘서 속상했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바로 "그럼 다른 친구랑 놀면 되지" 하고 해결책부터 내놨어요. 아이는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같은 이야기를 저한테 다시 꺼냈어요.

    그때 알았습니다. 남편은 아이 곁에 있었지만, 마음까지 함께 있었던 건 아니었다는 걸요. 남편 스스로도 나중에 인정했어요. 몸은 옆에 있었는데 손에는 늘 휴대폰이 있었다고요. 아이에게 중요한 건 함께 있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자기가 부를 때 바로 봐주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첫째와 산책

    남편이 바꾼 두 가지

    그 뒤로 남편이 의식적으로 바꾼 게 있습니다.

    첫째, 눈을 맞추고 대답하기. 아이가 부르면 휴대폰을 내려놓고 얼굴을 보고 대답했어요. 속상한 일이 있다고 할 때는 해결책보다 마음부터 물어봤고요.

    "많이 속상했어? 아빠가 좀 안아줄까?"

    처음엔 어색해하더니, 이 말을 몇 번 하고 나서 아이 표정이 달라지는 게 보였다고 합니다.

    둘째, 아빠랑만 하는 시간 만들기. 매주 금요일 저녁, 남편이 아이와 단둘이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어요. 다 버리고 나면 근처 놀이터에서 10분만 놀다 들어오는 거예요. 거창한 건 아니지만, 매주 같은 요일에 아빠랑만 하는 일을 만든 거죠.

    저도 하나 바꾼 게 있어요. 아빠는 노는 사람, 엄마는 돌보는 사람으로 역할이 굳어지지 않게 하는 거였습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속상할 때도 남편이 먼저 다가갈 수 있게, 제가 바로 나서지 않고 한 박자 기다려 줬어요.

    현관에 놓인 신발

    처음엔 아이가 안 간다고 버텼습니다. 엄마랑 있겠다고요. 남편도 몇 번은 혼자 나갔다 들어왔어요. 그런데 2주쯤 지나자 변화가 생겼습니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아이가 먼저 현관에 신발을 꺼내 놓고 아빠를 기다리기 시작한 거예요.

    그 신발을 처음 봤을 때 남편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몇 달 동안 "아빠 싫어"만 듣던 사람이, 처음으로 아이가 자기를 기다린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으니까요. 매주 단 10분이었지만, 그 10분이 쌓여 아이 마음에 아빠 자리가 생기고 있었던 거예요. 아직 "아빠 싫어"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에요. 그래도 아빠를 기다리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저희에게는 큰 시작이었습니다.

    혹시 아이가 아빠를 거부해서 속상한 집이 있다면,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전에 그 시간 동안 아이를 얼마나 바라보고 있는지 먼저 돌아보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집은 휴대폰을 내려놓는 데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빠에게도, 아이에게도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