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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해줘." 다섯 살 첫째가 양말 하나를 앞에 두고 크게 울었습니다. 혼자 못 신겠다고요. 그런데 이상했어요. 같은 아이가 만들기를 할 때는 테이프 붙일 위치 하나까지 꼼꼼하게 따지며 몇 번이고 고치거든요. 그런 아이가 양말을 못 신는다니, 못 하는 건지 하기 싫은 건지 도무지 헷갈렸습니다.
못 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처음에는 그냥 귀찮아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할 수 있는 걸 엄마한테 미루는 거라고요. 그래서 "너 할 수 있잖아" 하고 다그치기도 했어요.
그럴수록 첫째는 더 크게 울었고, 결국 아침 시간이 급한 제가 양말을 신겨주며 끝나곤 했습니다. 다그쳐도 결국 엄마가 해주니, 아이 입장에서는 울면 해결되는 일이었을지도 몰라요. 저도 모르게 "엄마 해줘"를 키우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만들기를 하는 모습과 양말 앞에서 우는 모습을 나란히 놓고 보니 다르게 보였습니다. 첫째에게 양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던 거예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는 온 힘을 다 쏟고, 관심 없는 일은 엄마에게 넘기는 거죠.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였습니다. 그걸 알고 나니 무조건 "혼자 해"라고 밀어붙이기보다, 어디까지 도와주고 어디서부터 맡길지를 정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하던 블록 앞에서 "못하겠어"
한번은 늘 잘 놀던 블록 앞에서 갑자기 "못하겠어" 하고 손을 놨습니다. 그때도 저는 귀찮아서 그러는 줄 알고 화를 냈어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첫째는 머릿속에 그린 멋진 모양이 있었는데 손이 그만큼 따라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더 잘 만들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되니 아예 포기해버린 거죠. 게으름이 아니라 속상함이었던 겁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더 쉽게 포기하는 아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날 아이 마음을 잘못 읽고 화부터 낸 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요.

"지금은 이 단계야"라는 말
그 뒤로 말하는 방식을 바꿔봤습니다. 아이가 못 하겠다고 할 때 "안 돼"나 "혼자 해" 대신 이렇게요.
"나중엔 혼자 할 수 있어. 근데 지금은 이 단계야."
양말이라면 엄마가 발끝까지 끼워주고, 위로 당기는 건 첫째가 하는 식이에요. 신기하게도 이 말을 들으면 거절당했다고 느끼기보다, 다음 단계를 기대하는 표정이 됐습니다. 전부 혼자 하라고 하면 막막하지만, 딱 한 단계만 하면 된다고 하니 해볼 만했던 거죠.
물론 매번 순순히 따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하기 싫다고 울 때 그 마음은 받아주되, 해야 할 몫은 그대로 두려고 해요. "하기 싫구나. 그래도 이건 네 차례야." 감정은 인정하고, 할 일은 양보하지 않는 거예요. 대신 해주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게 아이보다 저한테 더 어려운 숙제예요.
훈육할 때 제가 먼저 숨 고르기
훈육하는 방식도 돌아봤습니다. 아이가 시선을 피하면 저는 "엄마 봐, 엄마 봐"를 반복했어요. 그러다 보면 제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고, 첫째도 덩달아 더 격해졌습니다. 둘 다 화난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제가 먼저 숨을 고릅니다. 마음이 가라앉은 뒤에 눈을 맞추고, 한 가지만 차분하게 이야기하려고 해요. "아빠한테 혼난다"처럼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말도 하지 않으려고 하고요. 그런 말은 행동을 바꾸기보다 누군가에 대한 서운함만 남길 것 같아서요. 훈육은 아이를 겁주는 게 아니라 가르치는 거라는 걸, 화가 날 때마다 스스로 되뇌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직도 매일 실수합니다. 어제 통했던 방법이 오늘은 안 통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스스로 하지 않는 아이를 게으르다고 단정하기 전에, 지금 이 아이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먼저 보려고 해요. 그게 제가 찾은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돌이켜 보면 "스스로 해"라는 말은 너무 커다란 요구였던 것 같아요. 다섯 살 아이에게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자기 몫인지 알려주는 게 먼저였습니다. 전부 혼자 하라고 다그치는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한 단계만 첫째에게 맡겨보고 있어요. 그 한 단계가 쌓이다 보면 언젠가 "엄마 해줘" 대신 "내가 할래"가 나오는 날도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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