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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선생님 말로는 아이가 밥을 잘 먹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만 오면 숟가락을 내려놓았어요. 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한참을 깨작거리는데, 초콜릿이나 과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또래보다 체구가 작은 편이라 걱정을 내려놓기가 더 어려웠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해봤는데, 돌아보니 그게 오히려 상황을 꼬이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밥을 안 먹는 날이면 저녁 내내 마음이 쓰였습니다. 혹시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이러다 더 작아지는 건 아닌지요. 그 불안 때문에 아이가 뭐라도 먹기만 하면 다행이라고 여겼고, 무엇을 언제 먹는지는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배고플까 봐 준 간식이 밥을 밀어냈습니다
저녁을 잘 안 먹으니 배가 고플까 봐 걱정이 됐습니다. 그래서 오후에 요구르트, 빵, 젤리 같은 걸 챙겨줬어요. 조금이라도 뭔가 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늦은 오후에 간식을 먹은 날이면 저녁밥은 반도 못 먹고 남겼습니다. 밥을 안 먹어서 간식을 줬는데, 간식 때문에 밥을 더 안 먹는 악순환이었던 거죠. 어린이집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밥이 나오고 중간에 군것질이 없으니 잘 먹었던 건데, 저는 그 차이를 한참 뒤에야 알아챘습니다.
생각해 보면 단 간식을 먹고 나면 어른인 저도 한동안 배가 안 고픕니다. 아이라고 다를 리가 없는데, 그때는 "조금 먹었으니 괜찮겠지" 하고 넘겼어요. 아이 위가 작다는 걸 생각하면 그 조금이 결코 작은 게 아니었습니다.
"밥 다 먹으면 젤리 줄게"의 함정
제가 정말 자주 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밥 다 먹으면 젤리 줄게." 효과는 확실했어요. 아이가 빨리 먹긴 했거든요.
그런데 그 모습을 가만히 보니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젤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밥은 젤리를 받기 위해 해치워야 하는 숙제가 되어버린 거예요. 밥 자체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습니다.
칭찬도 마찬가지였어요. 한 숟가락 먹을 때마다 "와, 잘 먹는다! 최고야!" 하고 크게 칭찬했습니다. 그러면 더 먹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먹는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칭찬이 없으면 다시 숟가락을 놓더라고요.
젤리도 칭찬도 결국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밥을 먹는 이유가 배고픔이나 맛이 아니라, 밥 바깥에 있는 무언가가 되어버린 거죠. 저는 아이가 밥을 먹게 하려고 애쓰다가, 정작 밥 먹는 즐거움을 빼앗고 있었던 것 같아요.

세 가지를 바꿨습니다
- 식사 2시간 전에는 간식을 주지 않기. 간식을 아예 끊은 건 아니고, 시간과 양만 조절했어요. 완전히 막으면 오히려 더 집착할 것 같았거든요.
- "다 먹으면 줄게"를 없애기. 과일이나 디저트는 조건 없이 식사의 일부로 줬습니다.
- 칭찬은 담담하게. "잘 먹었네, 배부르겠다." 이 정도로만 말했어요.
처음엔 울었지만
처음 며칠은 쉽지 않았습니다. 간식을 안 준다고 떼를 쓰고, 밥을 남긴 채 식사 시간이 끝나면 울기도 했어요. 마음이 약해져서 다시 뭔가 쥐여주고 싶은 순간이 많았습니다. 체구가 작은 아이라 더 그랬고요.
그래도 버텼습니다. 다그치거나 억지로 먹이지 않고, 정해진 식사 시간이 끝나면 끝나는 거라는 것만 일관되게 지켰어요. 그렇게 몇 번의 식사가 반복되자 아이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돌아보면 가장 어려웠던 건 아이가 아니라 제 마음이었어요. 밥을 남긴 그릇을 치우면서 "이러다 배고프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그 불안을 간식으로 달래지 않는 게 이번 변화의 핵심이었습니다. 아이를 믿고 다음 끼니까지 기다려 주는 연습이었던 셈이에요.
지금은 예전보다 밥그릇을 비우는 날이 조금 더 많아졌어요. 극적으로 달라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밥상에서 젤리 협상을 하지는 않습니다. 식사 시간이 실랑이가 아니라 그냥 밥 먹는 시간이 된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변화예요. 밥을 안 먹는 아이 때문에 고민이라면, 아이를 바꾸기 전에 식사 전후에 내가 무엇을 주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보시면 좋겠어요. 성장이 걱정될 정도라면 소아과 선생님과 꼭 상의해 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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