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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입자, 밥 먹자, 양치하자. 하루에 같은 말을 열 번쯤 하다 보면 마지막엔 꼭 제 목소리가 올라가 있었습니다. 다섯 살 아들은 들은 척도 안 했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둘째 딸이 오빠를 따라 똑같이 대답을 안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걸 보고 나서야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다 들었어?" "응, 들었어."
하도 대답이 없어서 하루는 아들에게 진지하게 물어봤습니다. "엄마가 한 말 다 들었어?" 돌아온 대답은 "응, 들었어."였습니다. 못 들은 게 아니라, 듣고도 대답을 안 한 거였어요.
처음엔 괘씸했는데 가만 보니 패턴이 있었습니다. TV를 보거나 장난감에 빠져 있을 때만 그랬거든요. 나중에 육아 영상에서 '선택적 주의'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됐습니다. 지금 집중하는 것 말고 다른 소리는 뇌가 걸러버린다는 건데, 생각해 보면 저도 드라마 볼 때 누가 부르면 건성으로 "응" 하고 넘깁니다. 아이 머릿속에서 제 목소리가 TV에 밀렸던 거죠.
TV는 그대로 두고, 눈만 맞췄습니다
예전엔 참다못해 TV를 확 끄거나 장난감을 치웠습니다. 그 순간부터 울고불고가 시작됐고, 결국 밥 먹이는 데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습니다. 화면 앞에 살짝 서서 아이 시야를 가리고, 눈이 마주치면 그때 짧게 말합니다.
"이거 다 보고 나서 밥 먹자. 알겠지?"
TV는 끄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음에 뭘 할지 미리 알려준 거예요. 이 눈맞춤 한 번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거실 건너편에서 열 번 부를 때보다, 앞에 가서 한 번 눈을 맞출 때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다만 기다려주는 걸 '계속 봐도 된다'로 받아들이지 않게, 끝나는 시점은 분명히 했습니다. 우리 집에선 "하나, 둘, 셋" 카운트다운이 그 신호입니다.
"엄마 화낼 거야" 대신 "추워서 못 나가"
"안 하면 엄마 화낸다"는 말은 어떤 날은 통하고 어떤 날은 전혀 안 통했습니다. 아이는 규칙이 아니라 제 기분을 읽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짜 화가 났는지, 그냥 하는 말인지요.
그래서 말을 바꿔봤습니다.
|
예전에 하던 말 |
바꾼 말 |
|---|---|
| 옷 안 입으면 엄마 화낼 거야 | 옷 안 입으면 추워서 밖에 못 나가 |
| 저번에도 그러더니 또 그래? | (지난 일은 꺼내지 않기) |
| 빨리 안 해? 진짜 혼난다 | 셋 셀 때까지 안 하면 엄마가 도와줄게 |
이유를 말해주면 더 따지고 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순순히 따를 때가 많았습니다. 물론 매번은 아닙니다. 셋까지 셌는데도 안 입으면 "그럼 엄마가 도와줄게" 하고 그냥 입혀줍니다. 이때 화를 섞지 않는 게 제일 어려웠습니다.
제가 가장 자주 하던 실수는 "저번에도 그랬잖아"였습니다.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아이 표정이 굳고, 옷 입히던 일은 사라지고 말싸움만 남더라고요.
둘째가 따라 할 때, 그리고 저부터 바뀌는 일
둘째에게도 똑같이 하고 있습니다. 앞에 가서 눈을 맞추고, 다음 할 일을 먼저 말해주는 것. 오빠 따라 하는 버릇이 아직 다 없어지진 않아서, 지금도 진행 중인 숙제입니다.
솔직히 아이보다 제가 바뀌는 게 더 어렵습니다. 출근 시간이 빠듯한 아침엔 한 박자 쉬고 눈을 맞추는 게 쉽지 않거든요. 아이가 한 번에 안 바뀌듯 저도 한 번에 못 바뀐다는 걸 받아들이고 나서야 조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못 듣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저는 앞에 가서 눈을 맞췄을 때 바로 대답하는지 봤습니다. 눈이 마주치면 반응한다면 집중 때문인 경우가 많고, 평소에도 자주 못 알아듣는다면 소아청소년과에서 청력을 확인해 보세요.
Q. 셋까지 셌는데도 안 움직이면요?
그때 한 번 더 봐주면 카운트다운이 빈말이 되더라고요. 저는 화내지 않고 "엄마가 도와줄게" 하며 그냥 같이 해버립니다.
Q. 결국 화를 냈다면 망친 걸까요?
저도 여전히 화를 냅니다. 한두 번으로 끝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런 날이 쌓이지 않게, 다음엔 한 박자 먼저 눈을 맞추려고 합니다.
소리를 키우는 대신 거리를 좁히는 것. 우리 집에서 가장 효과가 있었던 건 결국 이거였습니다. 내일 아침 한 번만, 부르기 전에 아이 앞으로 먼저 가보세요.
'선택적 주의'라는 개념은 아래 영상에서 처음 알게 됐고, 이 글은 그걸 우리 집에 적용해 본 기록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IFqWe_p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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